동양 철학
사바세계의 기호학: 사찰 외곽 장치에 담긴 현세 은유
서론: 사찰의 바깥은 무엇을 말하는가 — 사바세계로서의 경계 철학불교의 궁극적 지향은 열반이며, 깨달음을 통한 윤회의 해탈이다. 그러나 그 출발점은 항상 사바세계(娑婆世界)이다.'사바'란 '참아야 하는 세계', 즉 고통과 번뇌가 실존하는 중생의 세계를 가리킨다.사찰은 이러한 사바세계를 떠나 열반의 공간으로 진입하는 일종의 의식적·공간적 통로로 기능하지만, 그 진입 이전에 놓인 사찰 외곽의 다양한 구조물과 환경적 장치는 사바세계 그 자체를 기호화하고 은유하는 무대이기도 하다.이 글에서는 ‘사찰 외곽’이라는 경계적 공간에 주목하여, 그 안에 배치된 기호들—절 입구의 짐승상, 길을 가로지르는 다리, 잡초와 자갈길, 천왕문 바깥의 폐쇄된 숲, 오솔길, 표지석, 초입의 거친 땅 등—이 어떻게 사바세계를 상징하고 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