동양 철학
사찰 마당의 기하학
서론 — 중심 없는 중심: 사찰 마당이 말하는 언어불교 사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화려한 불전이나 고색창연한 누각이 아니다. 오히려 시야를 가장 먼저 채우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'마당'이다. 이 마당은 아무런 조형도, 장식도 없는 듯 보이지만, 실은 사찰 전체의 구조를 품고 있는 공백의 심장이다. 건축학적으로도, 수행학적으로도 마당은 단지 지나치는 통로가 아니라 수행의 침묵과 깨달음의 맥락을 공간적으로 중재하는 '무의 장치'다. 본문에서는 사찰 마당이 가진 기하학적 구성 원리와 상징체계를 통해, 왜 그 빈 공간이 불교 수행의 중심이 되는지를 해석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. 1. 기하학으로서의 공백: 마당이라는 무중심 원형기하학으로서의 공백은 사찰 마당이 단지 빈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..